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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록

나무~ 한바탕 크게 읽어봅니다...시원하다.

환우 e6572004-04-20
'나무' .....................헤르만헤세 나무는 늘 내게 감명을 주는 설교자였다. 나는 나무가 크고 작은 숲의 종족을 이루고 사는 것을 숭배한다. 나무들이 홀로 서있을 때 더더욱 숭배한다. 그들은 마치 고독한 사람들과 같다. 시련때문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아니라 위대하기에 고독한 사람들 말이다, 마치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나무들의 꼭대기에서는 세상이 속살거리고 그들의 뿌리는 영원속에서 쉰다. 그러나 그들은 그속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제 안에 있는 법칙에 따라 자기 고유의 것을 채우고 자신의 모습을 완성하고 표현하는데 온 힘으로 정진한다. 그 어느것도 아름답고 튼튼한 나무보다 더 성스럽고 모범이 되는 것은 없다. 나무가 베어져 벌거벗은 죽음의 상처를 햇빛에 들어낼 때 우리는 나무의 묘비인 밑둥의 단면에서 삶의 이야기들을 읽는다. 나이테의 바르고 일그러진 모양새에는 모든 싸움과 고뇌, 행운과 번영의 역사가 그대로 쓰여있다. 빈곤했던 해, 풍족했던 해, 견뎌낸 폭풍우와 시련들..... 단단하고 품격높은 나무일수록 촘촘한 나이테를 갖고 있다는 사실과 높은 산 끊임없는 위험속에서야말로 강인하고 옹골찬 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농가의 소년이면 누구다 다 아는 인생의 진리이다. 나무는 성소(聖所)이다. 나무와 얘기하고 그 말에 귀기일줄 아는 사람이면 진리를 배울 수 있다. 나무는 교의나 규율을 말하지 않고 개별적인 것을 넘어 삶의 근본법칙을 들려준다. 나무는 말하기를, 내 안에는 씨 하나와 불티 하나와 생각 하나가 감춰져 있다. 나는 영원한 생명으로부터 삶을 얻고 있다. 영원의 어머니가 내게 감행한 시도와 계획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내 모양새와 내 피부의 결도, 그리고 내 머리 주변에서 속살대는 이파리들의 작은 유희도, 내 껍질의 작디작은 상처까지도 모두 유일한 것이다. 나의 과제는 내가 받은 일회적인 것들로부터 영원한 것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나무는 말하기를, 나의 힘은 믿음이다. 나는 내 아버지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매년 나로부터 생겨나는 즈믄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내 씨앗에 감춰진 비밀스런 이야기를 끝까지 살아갈 뿐, 다른 것은 염려하지 않는다. 나는 신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내 삶의 과제가 성스럽다는 것도 믿는다. 나는 이런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우리가 슬프고 더이상 삶을 잘 견뎌내기 힘들때 나무는 우리를 타이를 것이다. 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를 봐. 산다는 것은 쉽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그런 것은 어린애들 생각일 뿐이지. 네 안의 신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생각들은 사라져버릴 거야. 너는 겁을 먹고 있는데, 왜냐하면 네가 가고 있는 길이 너를 네 어머니와 고향으로부터 멀리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그리고 하루하루가 너를 다시 어머니에게로 이르게 하는 것을! 고향은 여기나 혹은 저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고향은 바로 내 안에 있다. 다른 어디에도 없다. 저녁 무렵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가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정처없이 떠나고 싶어진다. 조용히 한참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떠나고 싶은 마음의 의미를 알게 되는데, 그것은 괴로움으로부터 멀리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향에 대한, 어머니의 기억에 대한, 삶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런 그리움은 우리를 마음의 안식처로 이끈다. 모든 길이 그곳으로 나있고 모든 걸음이 탄생이고 죽음이며 모든 무덤이 어머니인 것이다. 나무는 우리가 어린 생각으로 불안해하는 저녁이면 그렇게 속삭인다. 나무는 우리보다 오래사는 만큼 생각이 깊고 여유있으며 차분하다. 우리가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고 있지 않는 한 나무는 우리보다 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나무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나면, 짧고 조급한 생각에 익숙해 있는 우리는 비길데 없는 기쁨을 얻는다. 나무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는 사람은 더이상 나무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는 더이상 자기 이외의 무엇이기를 원치 않는다. 그것이 바로 고향이고 행복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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