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누가 지켜주는가?
환우 e6572003-12-23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가?’ 2003년 12월
성지동(내과전문의 삼성의료원 건강의학센타)
건강하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사실 알고 보면 이처럼 어려운 질문도 없다. 이에 대해 ‘건강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뜻하며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세계보건기구가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언뜻 보면 명쾌한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대체 그 ‘안녕한 상태(well-being)'란 것이 뭐란 말인가?
필자는 ‘완벽한 건강 상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고, 입을 벌려보면 충치나 금니 한 개쯤 없는 사람도 드물다. 어쩌다 한번 씩 머리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이런 것들이야 다 사소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딘가 문제가 없는 사람이란 참 드물다.
전 인구의 거의 4분의 1에 가까운 사람들은 ‘고혈압’의 범주에 속하는 혈압을 가지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년층에서는 이 비율은 절반이 넘는다. 흡연자는 성인 남자의 60퍼센트에 가까운데, 이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다. 전 인구의 20~30페센트(통계방법에 따라 차이는 꾀 날 것이지만)는 일생 동안 한 번 이상의 우울증을 경험한다. 관절염, 허리 통증, 두통, 잇몸 질환 등 ‘무지무지하게 흔한’ 병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라.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란 것이 그저 상상 속의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애쓰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이지 그 이룰 수 없는 ‘완벽한 건강’을 추구하는 것 차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의 신체 상태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조금의 흠이 있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비법은 없다 -
헌데, 고혈압과 같이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 뭔가 치료를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본다면 문제가 될 경우도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생명이 달려 있다던가 하는 심각한 것이 전혀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상당히 문제가 되면서도 현대 의학은 적절한 해결 방법을 주지 못하는 겨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우리 주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찬 맥주 한잔을 마시면 다음날 설사를 하고, 조금 안 맞는 음식을 먹으면 금새 속이 부글거리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 정도에 따라서는 상당히 생활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원인을 알아보려고 내시경이고 뭐고 온갖 검사를 다 해봤지만, 아무런 이상은 없고 ‘신경성’이라는 아주 불편하고 퉁명스러운 의사의 얘기만 들을 뿐이다. 본인은 꾀나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유명하다는 병원, 유명하다는 의사를 어렵게 찾아가 보아도 별 신통한 얘기가 없다. 결국은 한의원에 가보니 체질이 이러 저러하고 뭐가 부족하고 뭐가 넘쳐서 그렇다면서 약을 잔뜩 지어준다.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더니 또 그런다. 이제는 각종 건강식품과 대체의학을 섭렵한다.
이건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토리다. 비슷한 정도의 증상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끄떡없이 잘 살고 잇는데 다른 사람은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각자 알아서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고, 많은 경우에 그것은 말끔히 고치는 묘방이라기보다는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에 적응을 해서 그냥 안고 살면서도 되도록 큰 지장 안 받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첨단의학도 신기한 비방도 아니다.
이것은 그저 어렵사리 시행착오를 거쳐 깨우쳐 가는 삶의 지혜인 것이다.
- 건전한 상식과 삶의 지혜가 건강 좌우 -
아니, 그럼 세상에 의사라는 인간들은 무엇 하러 존재하는 것인가? 뭐, 사정이 그러하다고 의사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그 중 일부는 위궤양일 수도 잇고, 내시경을 하다 암이 발견될 수도 잇는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 중에도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큰 탈이 날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 약을 쓰고 뭔가 치료를 하고 현대의학의 도움을 본격적으로 받아야 할 그런 사람을 잘 가려내는 것이 의사의 소임인 것이다. 그 외의 많은 경우는 의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이란 것은 별로 많지 않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해져 버렸고, 사회는 개개인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살고 있고, 언뜻 보면 건강과 질병에 대한 정보로 넘쳐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도대체 뭘 믿고 뭘 안 믿을 것인가. 모르는 게 잇을 때 어디 가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한단 말인가?
가끔은 원만한 의사들보다 더 현명하게 상황판단을 해내는 분들을 본다. 병을 앓다보니 의사 빰치는 지식과 의사들도 모르는 경험을 한 끝에 얻어진 값진 지혜를 가진 분들도 있다. 환자들의 자발적인 자구(自救) 모임(self-help group)등은 그러한 지혜를 나누는 좋은 장이 될 것이다.
첨단 의학만으로는 사람들을 쉽게 건강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첨단의학과 전문 지식이 정말로 필요할 때는 따로 있는 법이다. 많은 경우 사람의 삶을 정말로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삶의 지혜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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