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AS
오래된 기록

놀이터

환우 e6572003-11-17
오랜만에 대전 집에서 하루 밤을 잤다. 눈을 떠보니 아직 새벽이다. 아마 안해는 늦게까지 잠자리가 어설퍼 뒤척이다 잠이 든 양 곤히 잠자고 있다. 네 시를 조금 넘긴 새벽 '고양이'세수를 하고 주섬주섬 옷과 양말을 챙기고 삐익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정겨운 뒷산의 약수터도 가보고, 도솔산(235m)에도 오르고 할 양으로 길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학교 옆길을 접어들었다. 하현 반달이 늦가을을 비추고 있었고 나무의 엷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두시의 새벽 불빛을 위안삼아 별 두려움 없이 산 오솔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턱에 다달아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학교때 배운 별자리를 더듬어 보니 오리온 별자리가 먼저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알 수없는 별들이 초롱초롱 무수히 빛나고 있었고 달 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아! 그래서 '달'을 어머니 여성에 비유한다는 느낌이 다시금 떠올랐다. 카시오피아 다섯별이 히미하게 빛나고 반대편에 북두칠성이 국자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북극성을 찾았다. 저 쪽이 정북이구나! 나의 방향을 표시하는 듯 빛나는 북극성을 참으로 한참만에 만나게 된것 같아 너무도 반갑게 인사나눌 수 있었다. 산 허리를 두개 쯤 돌아 첫번째 약수터에 다달았다. 이른 시간인데, 어는 어르신이 물을 뜨고 계셨다. "녕하세요?" 인사하니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 깊은 곳까지 불을 밝힌 우리 사람들은 참 대단도 하거니와 깊은 잠을 못자는 근처의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 한 모금 아~ 시원하다. 이제 작은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달 빛의 도움을 받아 오르기 시작했다. 산등성이를 타고 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땀이 식었기 때문이리라. 평소 익숙한 길이었지만 어둠이 주는 시원함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에 가벼움을 주기위해 마음을 가다 듬어 코로 숨을 쉬고 뱉는 호흡에 열중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 앞에 어느 노 부부의 모습이 보였다가 다른 길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았다. 잠시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와~ 왼쪽은 대전시내의 정경이 들어 왔다. 잠 못이루는 도시의 불빛이 주홍색의 루비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시는 낮에 잠을 자나? 언제 깊은 안식을 취하나 궁금해졌다. 건너편 서쪽의 유성(온천휴양지) 의 불빛이 보인다. 밤사이 지쳐버린 환락의 끝인양 불빛이 지쳐 보였다. 앞자락의 드넓은 들녘위에 하얀 비닐하우스가 새벽 공기에 서리를 맞으며 싱싱한 채소를 품고 있는 모습이 열심히 사는 도시인의 '친구'처럼 고맙게 느껴진다. 길게 이어진 길위로 몇 대의 차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내달린다. 작은 불 빛을 내며 어디로 가는가? 스스로 빨리 달린다 하지만 이 정도의 높이에서만 보아도 다르게 느껴지는 속도라는 것은 참 '상대적'이란 것을 실감할 수있었다. 정상은 금새 차 가움을 느꼈다. 서쪽에서 찬 바람이 일고 엷은 구름이 달과 새벽 별을 빠르게 지나고 있었고, 동쪽은 큰 불의 여명을 미세하게 뿜어내는 듯한 모습이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서쪽하늘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계룡산(826m의 명산)을 향해 크게 소리 질러 보았다. 하아~~~ 가슴이 시원했다. 산비들기가 놀라 푸득거리며 날았다. 다람쥐도 부스럭 거리느 듯하고 바람에 나의 목소리는 뭏히고, 이내 바람에 어석거리는 마른 나뭇잎과 가지사이의 바람만 휭휭거린다. 나에게 몰두 했고, 코로 마음 껏 도시의 공기가 갇힌 폐를 내품고 한참을 기다린 후 숨을 배 깁숙히 들여 마셨다. 한 참을 하고나니 손끝은 시렸으나 발 밑은 따스하게 땀이 배인다. 비어와만 채울 수있다. 그건 사실이다. 먼저 내쉬는 숨이 있고 한참 정지하고(진정한 숨의 휴식), 들숨을 깊숙히 들이 '코'(코로 숨을 쉬는 게 중요하다)로 한참을 마셨다. 모든 나의 세포들이 반가이 공기를 순환 시키는 듯 몸이 시원하고 가벼워 졌다. 여러 스트레칭 체조를 하며 관절마다 도도둑 거리는 풀림을 한후에 내려 다른 약수터로 접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몇 사람이 지나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물도 뜨면서 약수터의 모습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었다. 많은 물을 마시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자세히 길을 보니 많이 넓혀져 있었다. 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해 다시금 산이 앓는 모습니다. 가슴이 저리다 살짝 다녀가기에도 너무 고마운 산이 자연적으로 순환 되지 못하고, 흙을 잃고 침식 되어가는 모습이 머지 않은 날의 쓸씀함으로 성큼 다가온다. 중턱쯤 왔을 때, 오줌이 마려 풀섭에 시원하게 버렸다. 이건 거름일까? 오염일까? 이산의 아랫녁은 한 학교의 터다 십수년간 산 아래를 메우고 깍고 여러채의 건물을 지었다. 서울서 학생들이 많이 내려와 다닌다고 한다 나는 서울서 왜 살고 있는 거지? 문뜩 뜬금없는 질문에 말문을 있지 못했다. 얼마안가 돌아와야 할 것이라는 생각만을 가슴에 남기며 뿌옇게 솟아난 '여명'을 맞으며 하루의 아침을 맞았다. 우리 앞에 자유로운 날이 펼쳐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나의 생명을 나누고 그들의 생명으로 나를 이어가고 세상은 정답기도 힘들기도 하는 나의 '놀이터'
공감은 회원만 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댓글은 회원만 남길 수 있습니다.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