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2003-05-23 안성훈

뭐라 위로를 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되질 못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올해 28세입니다. 작년 여름에 강척 진단을 받았구요. 병원은 약 3개월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온 몸이 마비가 되서 한달여를 꼼짝도 못했습니다. 퇴원후에도 한달여를 집에서만 보냈구요, 그리고는 머리를 깍고, 절에가서 좀 쉬고 싶어서 갔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법당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넉넉치 않은 가정, 뭐하나 뚜렷히 할수 있는 것도 없고, 암담한 미래와, 가장 친하다 자부 했던 친구들 마저 다 떠나고, 내 주위에는 오로지 어머니... 많이 울고, 또 울어서 지쳐 있을 때... 산에서 내려 왔습니다. 보통 20분이면 내려올 길을 한시간도 넘게 걸어 내려 왔습니다. 내려 오면서 법당에서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느끼고, 또 깨달았습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정신은 너무 나약해져 있지만... 내가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죽기전에 큰 일 한가지 이루어야 할 일이 남아서 살려 두신 걸 것이라고... 그래서 기도 했습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내가 죽기전에 해야 할 좋은 일이 있다면... 먼저 내 건강부터 다시 찾게 해 달라고... 그리고 지금... 비싼 레미케이드 한 번 맞아보질 못하고, 소염제만 디립다 먹으면서도 운동은 거르지 않습니다. 경제적인 압박과, 스트레스... 친구, 연인, 모두다 떠나 그 어디에다도 전화 한통 할 곳 없지만... 다시 일어나서 보야 주고 싶습니다. 죽기전에 큰 일 한가지는 하고 죽는 좋은 모습을... 글재주가 없어서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다 인연이라 생각됩니다. 분명, 살아있기에 살아 남을 방법 또한 있다고 믿어집니다. 어찌 위로해야 할지 몰라서 제 얘기만 늘어났습니다. 용서하시길... 그리고 좋은 날들을 위해 힘 내시구요... 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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