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S 게시판

  • 공지사항
  • 등업게시판
  • 자유게시판
  • 낙서장
  • 지역모임게시판
  • 정기모임게시판
  • 의료 상담 게시판
  • 보도자료게시판

바로가기

  • 병의 이해
  • KOAS
  • 지역모임
  • 협력병원
  • 후원기관

등업게시판

등업 부탁드립니다. 가입인사 겸 쓰다보니 제 인생얘기가 되었네요.

2019-05-01

이협준

 
1978년생 남자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랑이와 엉덩이에 통증이 심해 걷지를 못 했습니다.
당시 이 병명을 아는 제대로 된 전문의조차 없던 시절이라 그저 흔한 류마티스관절염으로만 알고 가끔 동네 정형외과에서 무릎에 고인 물 빼고 매일 물리치료 받고 찜질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고려대학교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는 무조건 뼈에만 이상이 있는 병이다라고 잘못 진단받아 몆 달간 다리에 추를 매단 채 누워만 있었고, 가랑이뼈에 긴 주사바늘을 꽂아 고름인지 뭔지를 빼낸 게 전부였습니다.

당연히 증세는 더 악화되기만 했고, 걷고 움직이지를 못 하니 소화도 안 돼서 위장약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중3 때까지 항상 절룩거리며 걸었고 학교는 매일같이 결석이었습니다. 아니 한 학기를 통째로 결석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천장을 보고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고 혼자선 돌아누울 수도 없을 정도로 아픈 상태였습니다. 누워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책 보고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 보니 성적은 어찌어찌 전교 5등까지 갔습니다. 학교는 시험 보는 날만 출석했고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무사히 3년우등상을 받고 중학교는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동네 내과를 통해 알음알음하여 연세대학교 류마티스내과 이수곤 박사님을 알게 됐고 거기서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그나마 걸을 수는 있게 되었고 고등학교 생활도 중학교 때만큼 힘들었지만, 교사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죽어라 공부만 해서 전교 2등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사실 할 수 있는 게 공부 밖에 없어서 자존심 때문에 공부만 한 것이지, 친구들과 축구도 하고 싶고 농구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도 혼자서 고독한 나날들이었습니다.

대학은 영어가 좋아서 영문과로 진학했지만, 남자로 태어나서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지 하는 호기에 그저 공부 좀 했었다는 만용이 앞서, 대학교 2학년 때 자퇴하고 법대를 들어 갔습니다. 남들 다 가는 군대가 면제니 남보다 사법고시에 2년 빨리 붙을 수 있다는 패기만 가득차 있었고 지나고 보니 그저 오만이었고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고서도 4년을 더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시에 도전했지만, 결국 저는 사법고시에 최종합격하지 못 했습니다. 하늘에서 아픈 몸도 주었지만 좋은 머리도 주었으니 인생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재도 수재도 아닌 그저 남보다 아주 조금 더 똑똑한 바보였을 뿐이란 걸, 10여 년을 허송세월 하고서야 깨달았습니다.

대기업 취직은 고사하고 취직 자체나 할 수 있을지 모를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정년퇴임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정말 하루하루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게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일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결과론적으로 그 때 그 상황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고 저는 지금 정말로 죽고 싶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삽니다. 아니 그냥.. 그저 죽고 싶습니다.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말씀드리면, 그 때 저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전공이었던 영어를 살려 일할 수 있는 번역회사에 단박에 취직을 했고 법대생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회사의 신임과 대우도 좋았습니다. 그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천운이었는지 솔직히 그 때는 몰랐습니다. 아니 지금의 저를 이렇게 만든 불운이 그곳에서 시작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일하는 게 그저 재밌고 좋았고 저에게도 인생 2막 아니 3막의 기회가 주어졌다 생각하고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남보다 빨리 승진했고 연봉도 꼬박꼬박 남부럽지 않게 잘 올랐고 운좋게 초특급으로 팀장까지 달 수 있었습니다. 남보다 한참 늦게 입사해서 오히려 빨리 팀장까지 달고 성취감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악마와 계약한 결과물인 줄도 모른 채......

입사해서 꼬박 5년을 매일같이 하루평균 20시간씩 일했습니다. 잠도 거의 자지 못 할 정도로 일이 많았고 주말도 없이 회사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처음엔 새벽에 찜질방에라도 가서 1시간이라도 자고 왔는데 나중엔 그 시간도 아까워 책상에 엎어져 눈만 잠시 붙이는 게 다였습니다. 사실 그 회사에서도 유독 저만 그렇게 일중독이었습니다. 일을 잘 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된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술을 달고 살았습니다.
나중엔 회사가 싫어졌습니다.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무시한 채 자신의 탐욕만 채우기 위해 거짓을 일삼는 사장에게 너무 크게 실망했습니다. 당연히 회사와 아니 사장과 사이가 벌어졌고 결국 저는 토사구팽을 당했습니다. 어쩌다 회사의 권력 다툼에 휘말렸고 줄을 잘못 선 대가를 아니 옳고그름의 가치관만으로 판단하고 행동한 대가를 톡톡히 받았습니다. 회사 권력의 판도가 바뀌고 전쟁이 끝난 뒤 논공행상에서 전 직원의 90%가 승진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과장 승진에서 누락 됐습니다. 아니 6개월도 안 된 신입 빼고 전부 승진했으니 저만 승진하지 못 했단 표현이 맞을 겁니다.

얼마 후 저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다름 아닌 저의 지병, 강직성척추염이 악화되어 다시 또 걷지를 못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마침 다른 회사 여러 곳에서 차장 자리를 제의 받아, 이제 그만두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남은 의리는 지키고 싶어 몇달을 더 다녔습니다. 그리고 몇주 아니 몇달만 다시 운동 꾸준히 하고 푹 쉬면 금방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입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저는 무직 상태입니다.
그간 회사에서 겪었던 스트레스와 마음의 병까지 더해져 병세는 나날이 악화됐고, 혼자서는 아예 움직이지도 못 하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초등학교 땐 몰랐습니다. 아니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몰랐고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몰랐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이란 이 병이 그토록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병인지......

5년 전 그때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내과 김태환 교수님을 알게 됐고 연대병원에서 한양대병원으로 옮긴 후 그때부터 심포니 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다행히 다시 걸을 수는 있게 됐고 운동도 해서 현재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5년 동안 재활만 하느라 재취직은 하지 못 했습니다. 아니 어떻게든 빨리 다시 취직 했어야만 했는데 의지가 약하고 용기가 없던 저는 그렇게 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런 일을 당했고 지난 5년이 너무 후회됩니다.

7년 전에 회사에서 만난 여자가 있었습니다.
제 밑으로 들어온 부하직원이었고 제가 고백해서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을 약속했고 동거를 시작했는데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병세가 갈수록 악화되어 결혼은 차일피일 미루게 됐습니다. 그리고 5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5년간 저는 집에서 용돈을 받는 백수였고 그녀는 계속 회사를 다녔습니다. 
동거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그녀의 회사 앞으로 이사 가서 살라며 전셋집을 얻어주셨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언제나 미안하기만 해서, 용돈 들어오는 제 통장도 비밀번호도 모두 맡기고 아버지나 매형이 둘이 휴가라도 다녀 오라며 30만 원을 주시든 50만 원을 주시든 전부 그녀에게 줬습니다.

그렇게 5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주에 우연히 정말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처럼, 그녀가 바람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현재 그녀는 자취방을 얻어 집을 나간 상태고 지금 제 집엔 그녀가 미처 다 못 싸간 그녀의 옷이며 물건들이 온통 쓰레기장처럼 널브러져 있습니다. 마지막날 결국 저는 폭발했고 당장은 잘 데가 없으니 며칠만 더 재워달라는 그녀를 내쫓다시피 해서 보냈습니다. 그렇게 저는 못난 이별을 했습니다.. 지금도 너무 후회가 됩니다.

친구들에게 얘기하니 당장 통장 비밀번호부터 바꾸라고 하더군요.
설마 그럴리가 싶기도 하고 마치 꿈만 같고 이별이 믿어지지 않아, 지난 7년간의 추억만 떠오르고 매일밤 잠못이루고 그저 멍하니 있다가, 어제서야 제 통장을 확인했습니다.
잔고는 14만2천8백원 남아 있었고, 그동안 그녀가 출금해 간 기록 밖에 없더군요.
이제 저는 당장 다음 달쯤 굶어 죽든가 오늘이라도 스스로 마감하든가, 무슨 수를 써서든 어디라도 취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오늘 새벽에 술 한 잔 하고 들어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다가 지쳐 잠들면서 문득 이 사이트가 생각이 났고, 혹시 정말 죽으란 법은 없지 않을까 싶어 마음의 병이라도 치유하고 싶은 마음에 가입하고 글 올려 봅니다.

길고도 지루한 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렇게 길게 쓸 줄은 몰랐네요.

이전글 정회원 등업 부탁드립니다
다음글 정회원 등업 신청합니다~
관리자
59.10.5.68
고생많으셨네요 ㅜㅜ
인증해드렸습니다.
2019-05-15 21:34:56
  1  
이름 비밀번호
        
번호 제목 등록일 작성자 조회수
운동과 교육용 시디 발송 방법 (2) 2015-07-22 관리자님 6079
<필독> 정회원 승인 규정-대기회원인증 불가 이... (1) 2014-01-28 이승호님 8921
583 대기회원 전체인증 2019-11-16 관리자님 4
582 정회원 등업 부탁드립니다. (1) 2019-11-11 최환준님 11
581 안녕하세요 (1) 2019-11-07 최권호님 9
580 정회원 전환 부탁드립니다 만원입금완료 (1) 2019-10-28 서진영님 21
579 평생회원 등록 (1) 2019-10-23 장석두님 71
578 등업 부탁드립니다. 2019-09-24 김창규님 61
577 등업 부탁드립니다. (1) 2019-09-21 강석인님 94
576 등업 부탁드립니다~~ 2019-09-02 강주희님 61
575 정회원비 납부완료 2019-08-20 이영석님 62
574 정회원회비 입금했습니다 (1) 2019-08-18 조혜숙님 90
573 등업인사드립니다 (1) 2019-08-18 조혜숙님 93
572 등업부탁드립니다 (1) 2019-08-15 강병재님 84
571 등업 부탁 드립니다. (1) 2019-08-10 이해랑님 152
570 등업 부탁드립니다. 2019-08-04 황승범님 106
569 인증 마쳤습니다 2019-07-24 관리자님 103
568 등업요청합니다. 2019-07-24 김효정님 107
567 등업부탁드립니다. 2019-07-17 이은정님 113
566 등업 부탁드립니다. 2019-07-16 윤주용님 108
565 등업신청합니다. (1) 2019-07-15 장숙영님 140
564 정회원 (1) 2019-07-14 유지영님 145
  1 2 3 4 5  
 

HOME > 게시판 > 등업게시판

  • 의료상담게시판
  • 등업게시판
  • 지역모임
  • 대화방